한국문학과종교학회 회원님들께
안녕하십니까? 한국문학과종교학회 제 16대 신임회장 박소진입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무더위와 태풍 속에서 자신의 몫을 감당하는 생명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문학과 종교의 역할을 여새깁니다. 아시다시피 21세기 사회는, 근대 자본주의의 출범 이후 가속해온 효율성과 이익의 맹목적 추구, 이를 위한 인간과 자연 자원 도구화의 결과로 유례없는 기후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편, 딥러닝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간의 정신작용을 대체하는 과학기술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의 공동의 집인 지구생태계의 파괴와 인류의 멸종 위험에 대한 경고음들이 수없이 울리고 있지만, 기술과 시장, 자본주의 삼두마차의 속도는 여전하고, 그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우리 연구자들의 고민과 선택도 녹녹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무더위 속에서도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키우는 씨앗처럼, 폭풍우 속에서도 묵묵히 견디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삶과 인간의 근원적 의미를 탐구하는 문학과 종교 연구자들의 대범한 상상력과 성실한 연구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 절실하고 소중한 때입니다.
1992년 창립되어 지난해 30해 생일을 자축한 한국문학과종교학회는 종교적 의미와 문학적 상상력의 만남이 창출하는 풍부한 질문과 토론 속에서 통합적 성찰을 길러내는 작업을 부단히 수행해왔습니다. 이는 우선 문학과 종교 연구자들간 교류의 묘목을 심고, 30년의 세월 동안 잘 가꾸어주신 전임 회장님들과 임원님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전임회장님들의 헌신과 임원진들의 묵묵한 수고를 옆에서 지켜보았던 회원으로서, 한분 한분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또한 국문학과 영문학, 독문학, 불문학, 러시아문학을 비롯한 유럽 문학, 종교학, 신학, 철학 등 함께 모여 교류하고 소통하며 각자가 지닌 고유한 학문적 자산들을 나누어주시는 회원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면에서 한국문학과종교학회는 각 전공의 고유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상호 개방성과 수평성, 포용성을 요구하는 현시대의 학문적 흐름을 선도해왔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그 뿌리를 한층 깊게 내리고, 우리 시대에 필요한 성찰을 치열하게 제시하면서 실천적 열매들을 맺기 위해 더욱 매진할 때입니다. 우리 학회의 자랑인 견실한 연구회, 곧 등재지 선정 20년을 맞게 되는 학술지 『문학과 종교』, 다양한 전공 연구자들의 교류가 빚어내는 창의적 논의의 장인 학술대회 등 그동안 학회가 키워온 결실을 성실히 돌보고, 이를 더 넓게 나누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문학과 종교학을 포함하여 인문학 연구 및 교육환경이 험난한 시대적 현실 속에서 서로 만나 즐겁고, 각자의 자리에서 연구자로서 걸어가는 데 힘이 되는 학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길에 한분 한분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문학과종교학회 제 16대 회장 박소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