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신성화, 신성의 문학화 - 문형준 발제문 (2015. 1. 22)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15-04-11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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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종교학회 1월 독회
M. 엘리아데, [상징, 신성, 예술] 4부
문형준(중앙대 영문과)
2015. 1. 22.
문학의 신성화, 신성의 문학화
M. 엘리아데의 [상징, 신성, 예술] 4부인 ‘문학과 신성’은 네 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네 편의 에세이 중
첫 세 편은 엘리아데의 모국인 루마니아의 민속문학, 소설, 시, 연극 등이 ‘신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고, 마지막 네번째 에세이는 좀 더 일반적인 주제로서의 문학과 종교 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4부에 실린 글 전부는 루마니아의 특정 작가를 다루든, 일반적인 문학을 다루든, 공히 문학이라는 양식이 어떤
방식으로 신성 혹은 종교성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는지, 혹은 문학과 신성이 어떻게 연속성을 갖고 있는지
를 논증하고 있다.
13장 <민속의 주제와 예술>(1937)은 ‘민속적 영감’과 관련된 루마니아 예술가와 작가의 작품이 가진 “평범
성”(259)을 개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루마니아는 엄청나게 다양한 민속적 형식들을 갖고 있고, 루마니아 작
가들은 이를 이용해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내지만, 엘리아데가 보기에 민속에 바탕을 둔 작품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불만족스럽다. 첫째로, 민속적 영감이 “그대로 복사”(260)되거나 형식적으로만 “재생산”(260)되었고
(“죽은 형식,” 260), 둘째로, 민속적 영감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경우에는 작가들이 “새로운 ‘시각’과 상징을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262)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전자가 민속적 영감을 그저 기계적이고 표피적으로
카피하는 데 그친다면, 후자는 민속적 영감 고유의 생명력을 지나치게 훼손한다. 하나는 과소하고, 다른 하나는
과다한 셈이다. 엘리아데는 민속적 영감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속적 영감의 “원천을 추구해야
할 것”(260)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원천’이란 오랫동안 대중들이 민속적 문화를 즐기면서 만들어 온 “환상적
실재, 곧 비합리적 경험”(260)을 말한다. 이 경험과 체험은 ‘비합리적’이고 따라서 이성적으로 ‘해석’하기에는
불가능할 수 있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을 ‘해석’하고 해체하여 거기에 작가의 관점과 가치를 집어넣음
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민속적 영감’의 원천을 살리지 못했다고 엘리아데는 말한다. “오히려 현대 예술가가 그런
주제와 관련하여 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그 주제를 심화시킴으로써 그것을 낳은 비합리적인 원천을 재발견
하는 데에 있다”(261). 이 글에서 엘리아데는 지식과 경험을 대비하면서(262), 민속적 영감은 오직 경험을 통
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작가가 루마니아 고유의 민속적 상징을 심화시킴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연상”하게 하고 나아가 “마치 꿈꾸듯이 (…) 잠재적인 삶에 참여”하게 할 때(263) 비로소 위대한 작품이 생겨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엘리아데가 말하는 ‘꿈으로서의 체험’, 곧 민속적 영감의 원천은 마지막 글인 16
장 <문학적 상상력과 종교의 구조>에서 재등장하는데, 그 글에서 엘리아데는 꿈을 꾸고자하는 인간의 유기체
적 욕구가 있고 그 욕구가 문학과 종교를 찾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를 이룬다고 설명한다. 즉, 엘리아데에게 꿈-
체험은 민속 문화, 문학, 신성, 종교를 관통하는 주요한 요소인 것이다. 꿈은 비합리적이고, 상징적이고, 총체적
이며, 신성 및 문학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 반대편에는 합리적이고, 구체적이고, 단편적이고, 과학/지식으로서
의 영역, 곧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이항대립은 4부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14장 <비베스코와 동서 문학의 만남>(1977)은 루마니아의 황녀 비베스코의 여러 작품들의 의의를 소개하는
글이다. 이 글에서 엘리아데가 비베스코의 문학을 평가하는 데 있어 촛점은 그녀가 유럽의 ‘역사’를 단순히 ‘사
실’의 집합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사실의 집합으로서의 역사를 통해 그 안에 담긴 “복합성과 신비를 더욱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276)는 데 맞춰져 있다. “비베스코는 다음 두 가지 관점, 즉 역사 자체의 고유한 관점과
신화적 사유의 창조물인 범례적 역사의 관점을 종합적으로 재결합시키려 시도했다고 말할 수 있다. (…) 그녀
는, 심지어 가장 웅장하고 가장 의미심장한 역사적 사건조차도 만일 그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인간으로 하여금
신에게 돌아가도록 하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276). 이러한 엘리아데
의 비베스코 평가 속에서 ‘역사’와 ‘종교’(“신에게 돌아가도록”)를 대비시키는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의
‘역사’란 사실의 집합으로서의 역사인데, 엘리아데는 그러한 역사의 반대편에 ‘종교’ 혹은 ‘신화’의 영역을 위치
시킨다. 역사가 구체적이고 단편적인 사실의 집합이라면, 종교/신화, 곧 ‘성스러운 것’은 복합적이고,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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